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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2023년 윤달] 이사, 이장, 화장, 수의 장만, 답성놀이 등 윤달 풍습 총정리

by 랭크씨 2023. 4. 7.

2023년은 음력 2월이 두 번 있는 윤달 든 윤년입니다. 3월 22일~ 4월 19일이 윤 2월.

윤달은 예로부터 귀신도 쉬는 달이라 하여 손 없는 달로 여겨 이장, 이사, 수의 장만 등 평소 꺼리던 일을 하였습니다. 윤달 풍습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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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은 공달, 귀신도 쉬는 달

 

윤달은 손 없는 달


윤달은 예로부터 공달, 여벌달, 귀신도 쉬는 달이라 하여 보통달과는 달리 걸릴 것 없고 탈 날 것 없는 달로 여겼습니다.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이니 무슨 일을 해도 부정타지 않는 달로 여겼지요. 그렇다 보니 윤달에는 평소 신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했던 일들도 거리낌 없이 행할 수 있었습니다.

 

옛 어른들은 집안에 장롱 하나를 들일 때도 날짜를 보았습니다. 보통 손 없는 날은 음력으로 0, 9가 뒤에 붙는 날인데 윤달은 귀신이 아예 쉬는 달이니, 달 전체가 손 없는 날입니다.

2023년 계묘년 3월 달력. 음력이 함께 표기돼 있고 갑자와 손없는 날, 윤달 등이 표시돼 있다
윤달과 손없는 날이 표기돼 있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윤달은 궂은일을 하여도 무탈한 달입니다. 이런 풍습은 현재에도 일정 부분 유효해 윤달을 맞아 조상묘를 개묘해 화장, 이장한다거나, 수의를 장만한다거나, 집수리나 이사, 개업 등을 단행합니다. 불교에서는 생전예수재, 가사불사, 삼사순례 등 윤달맞이 행사를 치릅니다.

 


동국세시기


윤달 풍속에 대한 역사는 확실하지 않으나, <동국세시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풍속에 결혼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드는 데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 광주(廣州) 봉은사(奉恩寺)에서는 매양 윤달을 만나면 서울 장안의 여인들이 다투어와서 불공을 드리며, 돈을 자리 [榻] 위에 놓는다. 그리하여 윤달이 다 가도록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극락세계를 간다고 하여 사방의 노인들이 분주히 달려오고 다투어 모인다. 서울과 외도(外道)의 여러 절에서도 대개 이러한 풍속이 있다." (*榻(탑) 길고 좁게 만든 평상)

 


윤달 행사, 윤달 풍습 총정리


윤달 행사 중 주된 것이 이사나 집수리, 산소 손질, 이장, 수의 장만 등입니다. 그 외에 지역별로 성밟기(답성놀이) 행사와 장승제가 있고 불교의 윤달의식도 있었습니다.

결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거나 윤달 결혼식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도는 '쌍춘년'이라 하여 윤달로 인해 입춘이 두 번 있는 해입니다. 이에 결혼업계에서는 '쌍춘년에 결혼하면 좋다'는 속설을 내세워 윤달 디스카운트에 대항해 쌍춘년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집짓기, 집수리, 이사, 조상묘 손질(이장, 화장 등 개묘 포함)


예로부터 윤달에는 집 짓기를 시작하거나 집 수리하기에 좋다고 했습니다. 이사를 마음대로 하여도 좋고, 조상의 묘를 개묘해 이장하거나 화장하는 것도 무탈하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집수리나 이사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였는데, 윤달에는 부정 탈 일 없으니 마음 놓고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사, 개업, 결혼 등 택일에는 여전히 '손 없는 날'이 작용하지만, 윤달은 특히 마음 편히 진행하는 듯합니다.

 


고창 답성놀이(高敞踏城游戏)_모양성 성밟기


윤달 행사 중 하나에 성밟기, 답성놀이가 있습니다.
이는 윤달 든 윤년에 부녀자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 위에 올라가 성 둘레를 따라 열 지어 도는 민속놀이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대표적인 답성놀이가 고창 모양성 답성놀이입니다.

 

 

긴 성곽이 보이고 풍물놀이패와 한복은 입은 여인들이 성곽길에 열지어 올라서 있다
고창 모양성제(출처:고창군)

 


고창 답성놀이는 윤달에 성밟기를 통해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극락세계에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행해지는 의식인데, 부녀자들이 머리 위에 작은 돌을 이고 읍성 위 둘레를 돕니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저승길이 트여 극락에 간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오고 있습니다.

 

 

장승제


한편 윤달 든 해에 충청도에서는 장승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 앞실마을에서는 윤달이 든 해 정월 대보름에 장승제를 지냈는데, 마을 사람들이 소나무를 베어 장승을 만듭니다. 낮동안 장승과 솟대를 세우고 풍물을 치며 한바탕 놀아준 다음, 대보름 자정을 전후해 제를 지내기 시작하면 새벽 한 시가 돼야 끝났다고 합니다.


또한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에서는 윤달이 드는 해 정월 초나흘에 장승제를 지내는데, 이렇게 하면 장승이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 준다 믿었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3대 윤달행사


영남지방에서는 윤달에 불공을 드리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경기도에서도 윤달에 세 번 절에 가면 모든 액이 소멸되고 복이 온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이름 있는 절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또한 <동국세시기>에서도 보듯 서울 지역에서도 윤달에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라 하여, 죽은 자를 위해 올리는 천도재처럼 생전에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극락왕생하기 위한 일종의 '산 자가 자신을 위해 올리는 천도재' 격인 생전예수재 풍속이 있었다 합니다.
이는 오늘날 불교의 3대 윤달행사로 이어져 가사불사, 삼사순례와 함께 불자들을 움직입니다. 불교의 3대 윤달행사에 대해서는 관련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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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장만


윤달 행사 중 대표적인 것이 수의 장만일 것입니다. 오래전 저의 어머님도 윤달을 맞아 수의를 장만해 두는 것을 본 적 있는데, 현재 윤달맞이 수의 장만은 전국적인 풍속도인 것 같습니다. 그 유래를 살펴보겠습니다.

전남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수의를 먼 곳으로 갈 때 입는 옷이라 하여 '머능옷' 또는 죽을 때 입는 옷이라 하여 '죽으매옷'이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전북 진안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윤달에 수의를 짓고 널(관)을 짜서 그 속에 수의를 넣어두었는데, 이미 수의를 준비해 놓은 집에서는 윤달이 되면 꺼내어 손질한 다음 다시 보관해 두었다고 하고, 경북 안동에서는 수의를 '머농'이라고 하여 윤달에 수의를 짓거나, 수의용 옷감을 준비해 두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안동의 머농 짓기


안동에서는 윤달이면 수의를 짓는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이를 '머농 짓기'라 했습니다. 여기서 '머농'이란 '먼 옷'을 뜻하는 말로 먼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입는 옷, 죽음을 앞둔 사람의 옷, 저승옷, 호상옷, 죽음옷 등을 가리키는 수의를 의미합니다.


한편 어학적으로 '머농'이란 '먼'과 '농'의 합성어이고, '먼'은 '멀다'의 뜻이며 '농'은 한자어로 농(籠)으로서 옷 따위를 넣어 두는 가구, 일테면 장롱을 말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평소 수의는 우리의 생활과는 멀리 있을수록 좋기 때문에 수의를 넣어두는 장롱은 '먼 곳의 농'이라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안동의 머농짓기 전통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보입니다.
조선 후기인 18세기까지는 평상복을 수의로 사용했으며 이후, 옷의 치수가 작아져 평상복을 수의로 사용하기 불편해지면서 수의를 따로 만들기 시작하였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수의의 색은 대부분 소색, 즉 흰색이지만, 김숙당의 <조선재봉전서>(1925)에 따르면 당시 수의는 흰색뿐 아니라 옥색, 남색, 분홍, 초록 등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예가 나온다고 하니, 오늘날의 수의는 그 전통이 깊지 않아 보입니다.

 


기타 윤달 행사


정월이나 2월에 윤달이 들면 장을 담그고 팥죽을 쑤어 먹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충남 서산에 그 전통 기록이 있는데, 서산에서는 윤달에 장을 담그는 풍습이 있으며, 지곡면 중왕리에서는 팥죽을 쑤어 먼저 성주, 조왕, 지신 등 가택신이 있는 곳에 차린 뒤, 대문에 팥죽을 뿌리고 나서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며 이웃에 나누어준다고 합니다.

 


마치며


음력을 쓰던 우리의 역법체계가 양력으로 바뀐 건 고종 때입니다. 1896년 1월 1일부터 양력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는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정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태양력의 도입을 얼마나 중대한 사건으로 여겼는지는 개혁을 추진하던 김홍집 내각이 조선 최초의 연호를 '(태)양력을 도입했다'는 의미로 건양(建陽)으로 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 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음력설(구정)과 양력설(신정)을 오가기도 하고, 여전히 음력과 양력이 병존하는 이원체계로 인해 '헷갈리는' 일들이 많이 있지만, 그리고 그중 하나가 '윤달' 개념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모저모 윤달 풍속도 길게 짚어보았습니다. 긴 글 봐주셔 감사합니다. 편집이지만 공이 많이 들어간 글이니 가져가실 때는 출처와 링크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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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위키백과 | 네이버지식백과(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세시풍속사전) | 고창군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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