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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2023년 윤달을 맞아 살펴보는 3대 불교의식 ‘생전예수재’

by 랭크씨 2023. 3. 27.

2023년은 윤달이 든 해입니다. 공달, 여벌달, 귀신도 쉬는 달이라 하여 평소 꺼리던 일도 개의치 않고 하게 되는 달, 윤달. 불교에도 생전예수재, 가사불사, 삼사순례 등 3대 윤달의식이 있습니다. 생전예수재 먼저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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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

 

생전예수재는 "생전(生前)에 미리(預) 다스리려(修) 행하는 재(齋)"를 말합니다.
불교의식 중에는 죽은 자(망자)를 위해 유족들이 올리는 천도재(薦度齋) 의식이 있는데, 이에 비해 생전예수재는 살아 생전 자신의 내세를 위해 미리 올리는 천도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냥 예수재(豫修齋), 또는 예수칠재(預修七齋), 역수(逆修), 생재(生齊)라고도 하는데, 서울의 대표적인 윤달 풍속으로 2019년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삼사순례(三寺巡禮), 가사불사(袈裟佛事)와 함께 생전예수재는 윤달에 행해지는 대표적인 불교의식의 하나입니다.

 

 

생전예수재의 유래

 

 

불상이 빙 둘러쳐져있는 가운데에 한 동자승이 붉은 가사를 입고 두 손을 모은채 불공을 드리고 있다
윤달 불교의식-생전예수재

 


예수재의 유래는 중국 당나라 때로 봅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칠칠재(49재) 같은 천도재(薦度齋) 의식이 정착되었는데, 이때 산 자들이 자신의 재를 미리 지내는 예수재 풍습도 생겨났습니다. 이는 도교의 영향으로 명부세계를 다스리는 열 명의 왕(十王)이 인간의 선악을 심판한다고 하는 시왕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곧 사후의 심판자를 모시고 미리 공덕을 쌓아 자신의 업보를 씻음으로써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례로 확산된 것입니다. 요컨대 예수재는 사후에 갚아야 할 전생의 빚과 과보를 살아 있는 동안 미리 갚는 의례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시왕신앙이 성행하고 <예수시왕생칠경>이 전래되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시기에 예수재도 함께 행해졌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생전예수재는 조선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전통과 풍속으로 정착하였고, 서울의 대표적인 윤달 풍속이 되었습니다.

 

 

의의와 의미

 

생전예수재는 민간이 의례 주체로 참여하는 불교의례의 전형으로, 경전 빚은 불법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고 금전 빚은 이를 통해 보시를 유도하는 구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종교에 의지하여 내세의 복락을 기구하는 민간의 심성과 결합된 의례로 기복불교의 한 면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리(預) 닦는다(修)'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본래 예수재는 불자들이 소홀했던 자기 수행을 점검하고 선행을 발원하는 의례입니다. 즉 천도재가 망자를 위해 유족들이 행하는 타력의식인데 비해, 예수재는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를 구제하고자 하는 자력수행의 의례요, 또한 "예수(預修)하고자 하거든 방생부터 먼저 하라."라고 했듯 예수재는 자신의 극락왕생뿐 아니라 보시행으로 공덕을 쌓는 의미도 큰 의례인 것입니다.

 

 

내용과 특징

 

예수재 기간 동안 절에서는 사찰을 화려하고 장엄하게 장식하고 범패와 의식무가 따르는 가운데 많은 재자(齋者. 재를 지내러 온 사람)들이 의례 주체로 동참해 마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띠게 됩니다.


사찰에 따라서 하루 만에 지내거나 3ㆍ7일 곧 21일간 지내기도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다음 생을 받기 전까지 49일간 중음계(中陰界)에 머문다고 보아, 7일마다 일곱 번에 걸쳐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윤달이 든 전달에 시작하여(入齋. 입재) 49일째인 마지막 날(回向日. 회향일)이 윤달에 속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날짜를 정해 진행합니다.


예수재 의식의 주요 특징은 우리는 누구나 살아 있는 동안에 빚을 안게 되는데, 이는 경전을 보지 못한 빚과 금전적인 빚이라고 본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의례에 동참한 사람들은 단에 설치된 부처, 보살 등 신적 존재들을 향해 경배와 공양의례를 올릴 뿐 아니라, 경전을 봉독하고 지전(紙錢)을 헌납하는 과정을 치르게 됩니다.

 


윤달과 예수재

 

윤달은 예로부터 '공달' '여벌달' 남은달'이라 하여,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 평소 꺼려왔던 부정한 일이나 궂은일을 하여도 탈 날 일 없다고 했습니다. 하여 민간에서는 평소 꺼려왔던 이장이나 개묘, 집수리, 이사, 수의장만 등을 윤달에 행하는 풍습이 있는데, 불교의 예수재 의식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즉 불가(佛家)에서는 윤달을 맞이해 윤회의 과정에서 마주할 저승사자와 명부를 관장하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열 명의 왕(十王) 그리고 그 권속을 청해 예수재라는 이름의 의식으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과 관련된 행사를 손(損) 타거나 부정 탈 일 없는 윤달에 맞춰 치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윤달 풍속에 장안의 여인들이 줄지어 사찰에 찾아가 돈을 시주하는데 이 공덕으로 극락왕생한다고 믿는다."라고 하였습니다. 동국세시기의 내용은 서울지역 사찰에서 행해진 생전예수재를 직접 목격하고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유교문화가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도 불교의례의 명맥을 계승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지역 사찰들이 생전예수재의 명맥을 유지해 역사 문화적 토대를 발전시켜 왔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시풍속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한 점에서 2019년 생전예수재는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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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네이버 지식백과 | 한국세시풍속사전 | 불교신문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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